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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rose

나와 함께 자라는 나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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Nikon FM2 FujiFilm Neopan 100 Acros black & white film




유년시절 나의 시골엔 길디길었던 커다란 돌다리가 있었어요
 
그 옆에 기다란 나뭇가지들을 늘어트며 어마어마하게 컸던 버드나무가

노랗게 죽은 나뭇잎들을 떨어트리며 서 있었고
 
그 나뭇잎들을 받아주는 시퍼렇게 깊은 개울이 있었어요

그 개울에는 마법이라도 부리는 듯 물 위에 떠있는 소금쟁이가 춤을 추고 있었는데

정말 떠있는 것인지 고개를 숙여 들여다보기도 하고

깊은 개울에 빠질까 봐 한발 자국 떨어져 나뭇가지로 그 요염한 마법을 방해하곤 했었지요

시골에서도 보기 드문 초가집이 연기를 뿌리며 요목조목 모여 있었던 시골,

나의 기억 속 시골 하면 이러한 풍경이었죠



목소리가 걸걸해질 때 즈음 다시 시골을 찾았을 때는 모든 게 작아졌더랍니다.



그 컸던 다리는 네댓 발자국이면 오가는 작은 다리로 변해있었고

시퍼렇게 깊은 개울은 바지를 걷으면 젖지 않을 만큼 얕은 개울이 되어 있었으며

요목조목 모여 있던 초가집은 지붕만 기왓장으로 갈린 채로 아담하니 바뀌었죠..

모든 게 작아졌지만,

그 커다란 버드나무는 여전히 더욱더 긴 가지와 함께 그곳에 묵묵히 자리하고 있었지요



모든 것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버린 것이었더군요



이 세상엔 시간이 흘러도 본디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도 있고

나무처럼 묵묵히 십여 년 동안 나와 같이 커오는 것들도 있지요



나무처럼 욕심 없이 차츰차츰 커가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

나와 길을 달리했던 누군가가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나를 보며




“너 왜 이렇게 작아졌니?”



이런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...

너도 나도 그리고 시골의 나무에게도

똑같이 흐르는 시간이거든요